이역만리 타국에 살다보면 가끔 그런생각이 들때가 있다.

‘아귀찜 먹고싶다.’

아삭한 콩나물과 매콤하고 얼큰한 맛의 아귀찜이 대뇌피질을 장악하고 있을 무렵, 언제나 그렇듯 장을 보러 간 올랜도 롯데마트 (편도 약 2시간) 에서 아주 싱싱하고 숭악한 아귀를 만나버렸다.

(참고로 아귀와 아구 중엔 아귀가 표준말이고 아구는 방언이라고 한다. 뭔가 입에는 아구찜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표준어가 아귀찜이라고 하니 여기선 아귀, 아귀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부-담

날고 긴다는 경상도의 아귀도 저 숭악한 플로리다의 아귀한텐 함부로 장난질 못칠 것 같다. 아무리 한국마트여도 이용객중 절반정도는 미국인이 차지하는 이 마트의 수산코너에서 손님들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아귀머리를 보고있자니 미국인들이 동양인을 야만스럽게 바라보는 그 시선을 어느정도는 이해해 주기로 했다.

우린 그날 저녁메뉴를 아귀찜으로 정하고 홀린듯이 아귀 한 마리, 아귀 머리 한 덩어리를 구매했다. 참고로 아귀는 영어로 monkfish다.(몽피쉬)

아귀찜은 보기보다 매우 간단한 요리다. 나처럼 요리 잘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집에서 따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막난 아귀와 아귀머리

모든 요리 포스팅이 그러하듯 필요한 재료를 먼저 나열해보겠다.

  • 아귀
  • 콩나물
  • 미더덕(없어서 안넣음)
  • 오만둥이(없어서 안넣었고 처음 들어봄)
  • 고추
  • 다진마늘
  • 녹말물
  • 고춧가루
  • 진간장
  • 맛술
  • 설탕
  • 참기름
  • 미나리

첫 단계는 우선 아귀를 깨끗이 씻어준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준다. 데치는 시간은 너무 길지않게 5-7분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길어지게되면 살이 다 으깨져서 아귀의 모양이 다 망가지기 때문이다.

아귀 데치기
탱글탱글하게 잘 데쳐진 아귀
아귀가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기미묘 구름이를 불렀다. 아주 잘 익은 것 같다.

데치기가 끝나면 아귀를 건져준다. 이때 데친물을 버리지말고 다시 콩나물 데치는데 사용해주면 된다.

이제 콩나물을 삶을 차례인데, 나의 요리스승 백종원 선생님은 콩나물 대가리를 다 따주고 줄기만 쓰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콩나물 머리 익는 속도와 줄기익는 속도가 다르다. 아귀찜 볶기전에 줄기만 살짝 익혀주게 되는데 이 때 머리는 덜 익은 상태라서 식감이 좋지 않다고 하셨다. 나도 그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 콩나물 대가리를 다 따줬다.

콩공..어찌하여 몸만 돌아오셨소...

콩나물 줄기만 한 1-2분정도 아까 아귀데친 물에 삶아준다. 너무 많이 삶지않고 줄기가 살아있는 듯 죽어있는 듯 애매한 익음안익음 중첩상태에서 건져주어야 한다.

대파와 고추도 송송 썰어주고
미나리 (마트에서 watercress 사면 된다, 미나리랑은 다르지만 대충 미나리다 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그 맛이 난다) 도 준비해 준다.

이제 요리준비를 해보자. 콩나물을 깔아주고 -> 아귀를 그 위에 올려준다. -> 양념장을 붓고 볶아주다가 -> 야채 넣어줄고 다 넣어주고 전분 물 살짝 넣어서 농도 조절-> 끝. 얼마나 간단한가.

볶을 준비를 해준다.콩나물을 깔아주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사실 목있는 콩나물도 다 긁어넣었다 나중에
콩나물 위에 올라간 아귀, 푹신해 보인다.

이제 중요한 양념장 시간이다. 사실 이 양념장이 알파요 오메가 이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콩나물 양, 아귀양때문에 확정적인 레시피를 알려줄 수 없다. 여기선 우리가 사용한 레시피를 알려줄텐데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계속계속 간을 봐가면서 조정을 해줘야 한다.

양념장 레시피

  • 고춧가루 2스푼
  • 진간장 6스푼
  • 맛술 2스푼
  • 설탕 1스푼(올리고당, 물엿도 괜찮을 것 같다)
  • 참기름 1스푼

간을 본 후, 만약 ‘음 매콤은 한데 뭔가 파는 맛이 아닌데?’ 라는 느낌이 든다면 소고기 다시다와 다진마늘을 조금 더 넣어주면 좋다. 그리고 나처럼 요리 잘 못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빨간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감칠맛이 부족 -> 소고기 다시다와 다진 마늘 / 맵기는 한테 텁텁 -> 설탕 (or 올리고당, 물엿, 매실청 등등) 으로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한쥐가 하는거 옆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녹말과 물을 1대 1로 섞어주어서 녹말물을 만들고 마지막에 넣어줘서 점도 (Viscosity) 를 우리가 아는 그 정도로 맞춰준다. 솔직히 대충 먹을거면 이 부분은 넘어가도 되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깨 까지 올려주면 완성!

홈메이드 아귀찜은 맛은 만족스러웠다. 어릴때 평촌역에서 처음 먹어본 아귀찜의 그 맛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아귀찜을 먹고 있구나’ 라고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맛이다. 그리고 어두육미라는 말도 있고 해서 아귀머리도 같이 넣었는데 이놈의 아귀머리는 생각보다 먹을게 너무 없었다. 다음에 또 만들면 아귀몸통만 두 개 넣을 것이다.

아귀찜 먹고 볶음밥 안먹는 사람 없을거라 생각한다. 법에도 명문화 되어 있으니 꼭 밥을 볶아주도록 하자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아귀찜이 생각보다 아귀만 있으면 간단한 요리였다. 이상 만약 근처 한인마트에서 아귀가 보인다면 그 날 저녁 메뉴로 한번쯤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은 아귀찜 레시피였다.

One thought on “[미국생활] 비오는 미국 시골동네, 얼큰~한 아귀찜 만들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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