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한쥐는 요리를 주로 해서 먹는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1. 너무 비싸다. 둘이 가면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기만 해도 $50 정도 사라져있다.
  2. 미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 좀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다. (이건 한쥐의 의견이다. 난 한달동안 피자만 먹을 수 있다)
  3. 우리 입맛에 맛있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 (이것 역시 한쥐의 의견ㅎ 난 판다 익스프레스도 맛있다.) 

요리하는 음식 종류는 다양하지만 결국엔 한식이다. 한식을 먹어야 저녁을 먹은 것 같고, 뜨끈한 찌개국물 한 입 먹어야 힘든 유학생활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 한식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대부분 다 동네 아시안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H 마트 있는 동네 사시는 분들 부럽) 그러나 아무리 대부분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김치다.

‘김치 어디서 사 드세요?’

한 동안 나랑 한쥐가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마다 물어보고 다닌 질문이다. 김치 어디서 사 먹는지는 주식 종토방 못지 않게 한인들 사이에서 활발한 디스커션이 일어나는 분야로서 ‘어느 브랜드의 김치가 좋더라’ ‘어느 마트에서 파는 김치가 괜찮더라’ 등등 유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동네 아시안 마트에서 구매한 김치들은 어딘가…조금 아쉽다. 깊은맛이 부족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동네 아시안 마트에서 판매하는 김치들 모두 한국제품이긴 하지만 미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좀 달라진건지 아무튼 결론적으로 우리 입맛엔 맞지 않고 가격도 싸지 않다. 거기에 판매하는 단위 (보통 한 통) 에 비해 워낙 우리의 김치 소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순간에 냉장고에 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 돼지고기 김치찜, 김치찌개) 이렇게 김치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 지는 꽤 됐다.  

그래서 오늘의 포스팅의 주제는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김치 맛을 찾아서’ 이다. 나는 엄마가 가끔 울타리(미국에서 한식 시켜먹을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로 김치를 보내주셔서 우리의 식사 만족도가 한동안 매우 높아졌다. 울타리의 황진담 김치는 맛이 꽤  좋고 한국에서 먹던 맛의 향수를 좀 달래줄 수 있는 맛이다. (광고 아님) 하지만 언제까지고 김치를 받을 수는 없는 것. 가격도 꽤나 비싸고, 그 돈 주고 사 먹는거보다 만들어 먹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저질러버렸다. ‘김장하자’

우리동네에선 ‘데덴찌’ 라고 불렸던 것이 한쥐의 고향에선 ‘하~늘이 늘이 땅!’ 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우리 모두 김치를 먹어왔지만 집집마다 레시피가 달랐기 때문에 맛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각자 집안의 레시피대로 총 두 번의 김장을 해봤다. (맛은 비슷한 듯ㅎ)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오늘 포스팅을 통해서 공유하고, 더 많은 유학생들에게 김장의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자 한다.

김장의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1. 배추 절이기
  2. 양념장 만들기
  3. 절인 배추에 양념장 버무르기

배추 절이기

내 개인적으로는 배추 절이기 단계가 김장의 한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 배추 절이기는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과 노력이 좀 든다.

대부분의 아시안 마트에서 판매하는 Napa Cabbage 를 사면 된다.

보통의 배추 절이기는 큰 대야에 배추를 소금물에 넣어놓는 식이지만 그만한 대야가 유학생 집에 있을리가!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비닐봉투다.

너무 난잡한 배추절이기

방법은 간단하다. 배추를 반으로 쪼개서 비닐봉투에 소금물을 담고 그안에 넣어두면 된다. 이렇게 오버나잇으로 절여주면 된다. 배추가 잘 절여졌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접어보면 안다.

이렇게 접어도 부러지지 않는다면 배추 절이기 성공! 부러진다면 좀 더 절여야 된다.
잘 절여진 배추들. 물기를 빼 준다.

배추 절이기만 잘해도 김장을 거의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양념장을 만들어 보겠다.

양념장 만들기

양념장 만들기야 말로 고스톱 규칙마냥 동네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사용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기준은 배추 5포기 정도이다. 필요한 재료는

  • 양파 한 개
  • 냉동 참 조기 1 lb (450g)
  • 사과 1개
  • 무 (대충 사과만큼)
  • 마늘 200g
  • 생강 진짜 조금 (대충 손가락 두 마디)
  • 새우젓 250g
  • 고춧가루 450g
  • 밥 (찹쌀 풀 만들기 용으로 반 공기 정도)
  • 까나리 액젓 (혹은 멸치 액젓, 미국에선 Fish Sauce 라고 팔기도 한다)
  • 매실액
  • 황태 육수 (소고기 다시다 넣고 끓여도 된다)
  • 양미나리 한 단 (watercress)
황태 육수, 양념장 준비할 때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대부분의 재료를 갈아줄 것이다. 즉 김치 만드려면 반드시 믹서기가 있어야 한다.

갈아줄 재료들: 새우젓, 마늘, 생강, 무, 사과, 양파, 조기, 밥  

이 재료들을 갈아줄 때 물 없이 잘 안 갈릴 수 있으니 이때 사용하는게 바로 저 황태 육수다. 우리는 한쥐가 예전에 한국에서 가져온 황태채가 있어서 그것을 활용했지만 없을 경우 소고기 다시다로 해도된다.

조기의 경우의 미국에서 어떻게 구하나 싶었을 것 같은데 미국 대부분의 아시안 마트에서 조기를 파는 걸로 안다. 조기는 영어로 ‘Yellow Croaker’ 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보통 김치에 넣는 것은 참조기다. (쪼그만 조기) 중국마트에 생선코너로 가서 Croaker를 보면 꽤 크다. 이렇게 많은 것을 넣기는 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가까운 한인 마트 (롯데마트, H 마트, 메가마트 등등) 에 가서 밑에 사진처럼 손질한 참 조기살을 사는 것이 좋다.

미국 한인마트에서 파는 양미나리. 영어로는 watercress라고 한다.

재료를 갈아 주었다면 큰 대야에 부어주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어준다. 양미나리 한 단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썰어서 섞어준다. 이제 중요한건 간을 맞추는 것이다. 우선 간을 맞출 때는 매실액, 젓갈류 (새우젓, 멸치액젓 등), 고춧가루로 한다. 간을 맞출 때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1. 안 매울 경우

이런 경우엔 고춧가루를 더 넣으면 된다. 아무리 매운 걸 선호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양념장이 맵지 않으면 김치가 지나치게 싱거울 수 있다.

2. 맵기는 한데…뭔가 좀 씁쓸하다? 

이런 경우엔 대부분 액젓류로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감칠 맛 이라는 것을 액젓으로 좀 채워줄 수 있는 것 같다.

3. 어우 매워

너무 맵기만 하다면 매실액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김치가 달면 어떡하냐 할 수 있지만 단 맛은 생각보다 김치에 꽤 중요한 요소다.

이런 양념장이 만들어졌다.
미나리 줄기부분 넣어서 같이 섞어줬다. 우리는 한 단만 했는데 두 단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초록초록한게 있어야 또 김치가 있어보이긴 하니까ㅎ

양념장 버무리기

이제 김장 99% 끝냈다. 나머지는 그저 배추 하나씩 붙잡고 이파리 사이사이 양념장 골고루 발라주기만 하면 된다.

김장의 흔적
결과물
요정도 김치통 한 두개 정도는 갖고 있는것도 좋을 것 같다.
며칠 지났는데 아주 잘 익었다.ㅎ
김장한 날 수육 안먹으면 무슨무슨법 위반이니까 다들 김장하는 날엔 수육 꼭 먹을 수 있도록 하자

미국에서 총 두 차례 김장을 하면서 알게된 여러 주의할 점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 조기를 넣었다면, 김치가 빨리 익을 것이다. 그러니 김장 후 바로 냉장고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김장 후 하루정도는 실온에 보관 후 냉장 보관하는 것을 추천
  • 배추에 양념장 너무 많이 바르지 않는게 좋다. 너무 많이 바르게 되면 마찬가지로 굉장히 김치가 굉장히 빨리 익는다. 물론 익은김치도 찌개나 찜 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칫 다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에겐 천천히 익는게 더 유리할 것 같다.
  • 생각보다 다섯 포기는 많다. 혼자사는 사람이라면 최대 세 포기, 혹은 주변 지인들과 같이해서 나눔하는게 좋을 것 같다.
  • 양념장이 완성되었다면, 바로 수육삶을 물 부터 끓이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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