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문제가 생길때가 많다. 나는 주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미리 숙지해두는 걸 좋아한다. 제일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동차 급발진 대처다. 한달에 최소 한번씩은 자동차 급발진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유튜브나 관련글을 차찾아본다. 이런 습관은 미국에 와서 더 강화됐다. 아무래도 언어, 문화, 행정적으로 다른곳에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미리 공부해보고 나한테 일어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심지어 한쥐에게도 여러번 설명해줬다. 교통사고 대처도 관련글을 수 차례 알아봤고 숙지해놨다. 그리고 마침내 (?)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고, 난 바로 전화했다.
“아빠 나 사고 났는데 어떡해?”
사건발생경위
12월 30일 새벽 4시 우리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게인즈빌로 가고있었다. 그날엔 도로에 안개가 굉장히 짙게 깔려있었다. 너무 짙게깔려있어서 누가 드라이아이스를 대량으로 흘렸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당연히 안개가 많이 끼는날엔 더 조심히 운전해야하고, 앞차와의 간격도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 잘 유지해야한다. (너무 멀어져서 앞에 아무도없으면 조금 무섭ㅎ) 난 그렇게 잘 가고있다고 생각했다.
무난히 텍사스를 벗어났고 루이지애나를 통과하고있을 즈음 사고가 났다. 나는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려고 있었고 그 부분은 커브길로 되어있어서 속도를 줄여아했다. 루이지애나 도심쪽이라서 차량도 많았고 + 길도 곡선형이라 속도도 줄여야하고 + 안개도 짙었는데 내 뒤에 덤프트럭아저씨는 그걸 지키지 못했는지 나와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뒤에서 들이받았다. 사고 발생 시각 아침 8시 반이었다.


아빠, 나 사고 났는데 어떡해?
한 3초간 머리가 멍했던 것 같다. 충격이 엄청 심하진 않아서 (서울랜드 범퍼카 쎄게 부딪힌 정도?) 우리 둘 다 괜찮았고 뒷 좌석에있던 구름이도 ㅇㅅㅇ? 하는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교통사고시 행동요령을 유튜브와 인터넷글로 숙지를 했지만 막상 실제로 사고를 당하니 머리속이 그냥 하얘졌다. 아빠한테 전화후 아빠 왈
“전화한거보니 크게다치친 않은거 같고 일단 나가서 사진찍고 경찰불러”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가서 상황을 확인했다. 트럭은 어떻게든 피해보려 살짝 핸들을 틀었지만 충돌을 막진 못한것 같고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더 놀라운건 저 트럭은 앞부분은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가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경찰을 불렀다. 경찰 번호가 특정한게 있을거라 생각해서 상대방 운전자에게 여기 경찰번호가 뭐냐고 물어보니 ‘911’ 이라고 했다.
이 넓은 미국 땅덩이가 엄청 넓은데 이게 다 911하나 커버가 되려나 싶었지만 일단 911로 전화를 했다. 제일 난감했던 질문은 911에서 너 위치가 어디냐 라고 물었을 때였다. 여기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이긴 한데…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싶다가 기적적으로 내가 사고직전에 지나갔던 출구번호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내 위치를 설명해주고 경찰을 불러주겠다고 말한 후 통화를 종료했다. 통화가 끝나고 몇분 지나지 않아 뜬금 렉카차가 왔다. 정말 빨리와서 당황스러웠다.
사설 렉카차는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일하는것 같은 분들이셨다. 그 분들은 빠르게 사고현장을 정리하고 내 차가 운전이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뒤의 오른쪽 라이트, 밑 범퍼, 트렁크쪽 살짝 찌그러진 것이라서 운전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다시 그분들은 케이블타이로 덜컹거리던 내 범퍼를 차체에 고정하고 일단 차를 도로에서 치우자고 했다.
그렇게 나와 사고차량은 렉카차를 따라 고속도로 밖의 어떤 주차장 공터에서 경찰을 기다리고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사고가 났을 때 행동요령은
1. 다친 사람이 있는지 파악
2. 사고현장 촬영
3. 경찰 부르기
4. 만약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옮기기
5. 토잉 (견인)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으면 보험사에 연락하기
이렇게 하면 된다.
경찰관 등장
몇 분 기다리기도 전에 경찰관이 도착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하는일인 것 같은 차분한 경찰관은내가 유튜브에서 보던 경찰관과는 다르게 아주 침착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니?”
“면허증, 차량등록증, 보험증좀 보여줘”
그리고 나서 그분은 상대방 차량한테가서 똑같이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고선 police report를 주셨다.

이 리포트안에 파일 넘버가 있는데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다 있다고 했다. 나는 어디서 주워들은게 있어서 상대방과의 보험정보나 면허증정보를 교환하려고 얘기해봤지만 상대방도 그렇고 경찰관도 ‘ㅇㅅㅇ? 이 넘버안에 다 정보있어서 굳이 안그래도 돼’ 이래서 그냥 저 폴리스 리포트만 받고 끝냈다.
그렇게 간단히 저 종이 한장만 받고 ‘자 이제 알아서 갈길 가세요!’ 해서 우리는 다시 플로리다로의 긴 여정을 떠나야 했다. 뒷범퍼를 저렇게 불안하게 달고, 심지어 뒤 운전선쪽 라이트는 나가서 불도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로 해 지면 더 위험하겠다 싶어서 열심히 쉬지않고 약 600마일을 (한 8시간) 달려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보험처리
집에 온 후 보험사에 전화해서 사고를 리포트했다. 나는 Collision (자차보험)을 들고있어서 바로 차량을 수리할 수 있었다. 이 자차보험이 없다면 아마 시간도 더 오래걸렸을테고 골치도 아팠을 것이다. (여러분 자차보험 꼭 드세요)
그렇게 바로 차량을 보험사에서 지정해준 바디샵에 맡기고, 렌트카를 빌렸다. 내 경우엔 렌트카 까지 보험항목에 있어서 하루 최대 $50, 최대 $1,500 까지의 렌트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사의 전화
차량을 정비소에 맡기고 며칠 후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너 차 전손처리 났어. 전손처리 진행을 위한 서류들 이메일로 보낼게”
??????????아니 전손이요?????????????????
전손처리란 차량 수리비보다 차 자체의 가치가 낮을 때 그냥 보험사가 “사고나기 전 차 값 줄테니 폐차하자” 라는 뜻이다.
전손처리가 될 줄을 상상도 못했다. 비록 케이블타이로 엮었지만 8시간을 잘 달려서 집으로 왔었는데…
암튼 우린 이제 새로운 차량을 구매해야할 시기가 되었다. (더 화나는건 렌트카는 전손처리가되면 일주일밖에 더 연장을 안해준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차가 우리 앞에 있을지 아니면 아무 차 없이 뚜벅이 생활을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