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산다고 했을 때 한국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는 말 베스트 3를 꼽자면 반드시 포함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병원 자주 못가서 어떡해?’
‘아파도 참아야 한다며?’
‘병원비 막 수백만원 우습게 나오는거 아니야?’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실제로 좋은 의료보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큰 병이 나거나 수술을 해야할 때 파산을 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치료를 못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오는 경우는 취직 or 유학인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는 회사의 보험 혹은 학교의 보험에 가입 될 가능성이 높아서 비용때문에 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한국에 비해 병원에 가는 과정이 더 시간이 소요되고 오래걸리는 것은 맞다.
오늘 포스팅에선 내 병원 방문 경험을 공유하면서 미국 의료체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나친 걱정과 오해를 좀 풀어보고자 한다. (물론 익히 알려진 많은 부분들이 사실이긴 하다.)
아주 바삭한 치킨
BBQ가 본격적으로 플로리다에 들어오기 전, 우리는 올랜도에 본촌치킨 (Bonchon Chicken, 한국식 치킨가게) 을 간 적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피 치킨 한입 크게 베어물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앞니 사이에 무엇인가 강하게 낀 것 같은 불쾌한 느낌.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거울을 보니 앞니가 깨져있었다. 고등학생때 핫바막대기 잘 못 씹어서 깨진 이후로 주기적으로 깨져왔는데 하필 미국에 있을 때 깨지다니…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다. 위치도 윗 앞니여서 사람이 그렇게 우스워보일수가 없었다.

급하게 치과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의료 시스템상 지금 당장 Walk-in 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예약 후 일주일 뒤에 방문을 해야 했다. (즉 일주일 동안은, 이를 다물고도 물을 마실 수 있는 상태로 다닐 수 밖에 없었다.)
https://ufhealth.org/locations/uf-health-faculty-dental-practice
(UF 치과 예약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간 미국치과, 카운터에선 내 이름, 주소, 연락처, 그리고 보험에 대한 정보를 묻고는 기다리라고했다. 그 다음은 한국의 방식과 동일했다. 치과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의사선생님이 오시고 진료를 봐주신다. 금도끼 은도끼 마냥 이것저것 선택지를 주셨지만 그냥 레진으로 하기로 하고 치료를 받았다.
어릴 땐 치료과정이 무서워서 치과에 가기 싫었고, 나이가 든 후에는 치료과정 후에 카운터에가서 ‘얼마에요?’ 물어보기가 무서워서 치과에 가는게 싫다고 한다. 한국치과도 저런말이 나오는데 미국치과는 오죽하겠는가, 솔직히 정말 무서웠다.
‘하..이거 $1,000은 우습게 나가는거 아닌가 큰일이네’
이런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어느샌가 치료는 끝나있었고 한국에서처럼 저 깨진 부분을 메꿔줬다. 이제 대망의 Check out 시간… 가서 물어봤다.
‘얼마에요..?’
‘음..오늘 치료한거 다 합쳐서 $142.47입니다’
‘..?’
안다. 저 돈도 절대 적지않은 돈이다. 그러나 대충 적당한곳에서 외식해도 인당 $25-30정도가 나오는 미국 물가를 고려하면 기대보다 낮은 비용이었다. 한국 치과 진료에 비해서 비용이 비쌀 수 있지만, 이것 때문에 내 이빨을 그냥 망가진 채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비용은 아니였다.
미국병원 방문 준비물: 인내심
미국 의료를 경험해보면서 느낀점은 쉽게 Walk-in 할 수 없는 점, 예약을하고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좀 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불편한 점을 못 느꼈다. 그러나 한국의료체계에 적응된 우리들은 이 점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뭔가 좀 불편하면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서 진료보고 약국가서 약 타먹는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왠만한건 참고 예약을해서 병원에 방문해야한다. 그리고 전문의를 보기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야하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실제로 난 피부과 방문을 위해 전화를 했었는데 제일 빠른 날짜가 3달 뒤라고 했다.
그래서 응급으로 당장 가야할 일이 있을 때는 많이 불편할 수 있다. 혹시나 경미한 증상으로 미국 응급실에 갈 생각이라면 생각을 바꾸는게 나을 수 있다. 여기서 경미한 증상이라 함은 지금 치료를 받지 않아도 죽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응급실은 총 맞든, 교통사고를 당했든 실려가야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 않고 그냥 열이 너무 나서 응급실에 간다면, 그 앞에서 몇 시간은 기다려야되고,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약국가서 감기약 사드시고 오늘 푹 쉬세요” 란 얘기 듣고 올 것이다. 그보다 급하진 않지만 그거에 준하는 증상이 있어서 의료시설을 방문하고 싶다면 Urgent Care라는 곳을 가야하는데 이 역시 우리가 한국에서 기대하는 느낌의 병원 시설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 때문에 불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추후에 풀어보도록 하겠다.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내 짧은 생각:
- (당신이 좋은 보험을 갖고 있다면) 심하게 비싸지 않은 비용, 괜찮은 서비스.
- 제일 안좋은 점: 무조건 예약을 해야 방문. 예약할 때 필요한 대기기간은 천차만별
- Emergency Room: 살면서 이 곳에 갈 일은 평생 없길 바라는게 나을 정도로 초 응급일때만 가는 곳, 그렇지 않다면 무한대기 + 무의미한 진료
- 응급은 아닌데 지금 너무 불편해서 약을 좀 받고싶다 -> Urgent Care,하지만 늦게까지 여는 곳은 잘 없음 (대부분 오후 6시에는 닫음)
- 그럼 대부분 아프면 어떻게 하냐? -> 견딤 or 운동 열심히해서 면역력 높이기. (진지함, 농담 아님) 왠만하면 다칠 가능성 높은 스포츠 (축구, 농구) 하지 않기. 그리고 24시간 여는 CVS (약국)에 왠만한 약들은 다 판다. 거기서 약을 사서 일단 버티고 최대한 빨리 병원 예약을 잡는 게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