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미국에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아보는게 무엇일까? 은행? 차? 맛집? 전혀 아니다. 바로 집이다. 공항에 내린 후 캐리어 몇개 들고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임시로든 뭐든 숙소를 구해야한다.

그런데, 내 주변에도 꽤 많았지만, 집 계약을 하지 않고 임시 숙소 (예를 들면 호텔) 에 머물면서 차차 나중에 집 알아보기를 계획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러나 호텔에 지내는 동시에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려면 미국에서 항상 묻는 질문인 Permanent address 작성 시 곤혹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일일이 주소를 다 수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거나 혹은 어떤 곳에서는 아예 호텔 주소를 받지 않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조금 난이도가 높더라도 미국으로 올 때 처음에 하다못해 몇 달짜리 서브리스라도 계약을 하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아니 이역만리 먼 타국의 저 집이 어떤 집인지 알고 어떻게 계약을 하나!’ 참 어려운 문제다. 알아볼수 있는 방법은 많다. 페이스북, zillow.com, apartment.com 등등 렌트할 방을 알아보는 방법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나 블로그에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이 포스팅의 주된 내용은 아니다. 오늘 이 포스팅에선 미국에서 방을 구할 때,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는게 좋을지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당신의 손은 두 개, 쥐고싶은 공은 세 개

집을 구할 때 여러분들이 생각할 조건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조건을 전부 다 만족하는 집을 찾는다는 건 내가 장담하는데 불가능하다. (만약 당신의 조건중 금액이 빠져있다면 가능할지도) 결국 우리는 덜 중요한 것을 하나씩 포기를 해나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옵션이 뭐가 있는지 알아야 뭘 빼야할지 좀 생각을 해볼 수 있을테니 내가 생각하는 미국에서 렌트 구하는데 중요한 항목들 몇 가지를 나열해보겠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시골 컬리지타운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것이므로 다른 지역에서는 안맞는 얘기일 수 있으니 하나의 의견으로만 받아들이길 바란다.

  • 깔끔한 집 
  • 혼자 사는 집
  • 값싼 집

저 세 가지가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항목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손은 두 개다. 하지만 잡고싶은 공은 세 개 (깔끔함, 혼자 살기, 가격) 가 존재한다. 당신의 손은 크지 않아 한손에 공 하나밖에 쥘 수 없다.

어떤 공을 포기하겠는가?

실제로 내가 집을 알아보면서 여러군데 집을 방문했지만 저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집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이제 공 한개한개 포기했을 때 어떤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한번 소설을 써 보겠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경험하거나 들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아니다.ㅎ

혼자 살고 값싼 집 (깔끔하지 않은 집)

당신은 미국생활을 시작할 집을 계약했다. 원베드 아파트 렌트비도 괜찮고 좀 낡아보이긴 했지만 ‘어쨋든 이 가격에 이 퀄리티면 나쁘지 않네’ 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이사를 마쳤다. 이사를 마쳤는데 뭔가 집안에서 이상한 쿰쿰한 냄새가 난다.

‘음 뭐 바닥도 카펫이고 그러니 이정도는 감수해야지 뭐, 조만간 대청소 다시 한번 해야지!’

당신은 이사를 하는동안 생긴 피로때문에 첫날 일찍 밤에 든다. 그렇게 깊은 밤…집 구석에서 어떤’것’이 당신을 보고있다.

다음 날 일어난 당신은 밤 사이 좀 건조했는지 칼칼한 목을 풀기위해 물 한잔 하러 부엌에 갔다. 불을 켰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어라?

‘방금까지 뭔가 있었던거 같은데..?’

찜찜한 마음을 뒤로한 채 월마트에가서 이것저것 청소도구를 사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이럴수가…싱크대에 조그만 바퀴벌레 세 마리가 있다. 놀란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처리한 다음 아파트 메인터넌스에 연락해서 페스트 컨트롤을 부른다.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다음 날 내가 일과를 하고있는 동안 집에 들어와서 약을 쳐 줬다. 약을 친 이후 한동안은 바퀴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다시 그 바퀴들은 어느샌가 한 두 마리씩 모습을 보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도 무감각해져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게 된다. 어디서 바퀴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닥과 벽이 이어진 경계부분에 틈이있었고 이 공간을 통해서 바퀴가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바퀴벌레 잡는 약들은 모두 효과가 없었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바퀴의 해처리였고 인간이 그 방 하나하나에 약을 친다 한들 옆방에 숨어있거나 혹은 위,아래층에 숨어있다가 다시 드나들면 되는 것이니 박멸될 리가 없다. 철거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 당신은 결정한다.

‘그래..이사가자..’

깔끔하고 값싼 집 (룸메와 살기)

바퀴의 집을 서브리스 주고나서 당신은 지역 페이스북을 뒤져서 신축건물을 발견했다. 심지어 렌트비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아파트 구조를 보니 가운데 거실을 4명이서 공용으로 사용하고 각자 자기방이 따로 있는 형식이었다. 화장실도 자기 방안에 있어서 화장실을 공유할 필요도 없다. 

‘와 이거다, 이제 좀 불킬 때마다 두려워하면서 불 킬일이 없겠구나’

새로 계약을 맺고 이사를 한 당신. 아무래도 집 크기가 원베드 아파트에서 방 한칸으로 바뀌었으니 많은 짐들을 팔거나 버렸다. 같이 살고있는 룸메들은 모두 다 착해보였다. 집도 신축건물이라 너무 깔끔한 상황. 이전 집을 생각하니 너무 좋다.

짐을 풀고 난 후, 방을 돌아본다. 비록 작은 방 한 칸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나의 보금자리다. 이 때 건너편 방에 있는 룸메 한 명의 통화소리가 들린다. 짧은 통화였지만 잘 들렸다. 크게 통화하고있진 않은 것 같은데 들리는 걸 보니 방음이 그렇게 잘 되지는 않는것 같다.

‘나도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선 늦은 시간 긴 통화는 좀 자제해야겠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을 간단히 먹으려고 주방에 갔는데 룸메 중 한명과 마추졌다.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도 같이 지낼 친구다 보니 인사도 하고 얘기도 좀 했다. 아침에 시리얼을 먹고 그 친구는 베이컨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토스트를 먹었다. 당신이 먼저 다 먹고 간단히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서 나갈준비를 마저하고 방 밖을 나섰는데 그 룸메의 아침준비 흔적이 주방에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기름묻은 후라이팬, 토스트 부스러기, 그릇들…

‘학교에 늦어서 그럴수도 있지’

저녁 약속을 친구와 먹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주방은 아침보다 더 난장판이었다.

‘설거지를 좀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구나…’

그 룸메는 흔히 ‘더 이상 사용할 그릇이 없을 때 설거지를 시작’하는 타입이었다. 주방은 남은 음식으로 뒤덮여져있어서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당신은

‘그냥 사 먹자.. 뭐하러 귀찮게 요리까지 해’ 라며 음식을 자주 사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룸메중 한 명이 밤에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거실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고있다. 너무 소란스러워서 조용히 해달라고 할까도 고민했지만, 저 경기만 끝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았다. 그러나 왠걸, 경기는 끝나도 친구들의 파티는 끝이나지 않았고 새벽까지 계속 이어졌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해서 빨리 자야하는데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못 참고 밖으로 나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하니 미안하다하고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시끄러워져서 결국 그날 늦게서야 잠에 들고 다음 날 하루종일 굉장히 피곤했다.

룸메의 파티는 너무 자주는 아니지만, 충분히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있는 빈도로, 종종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없고, 룸메들이 어느 날 집에 안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엔 그렇게 행복 할 수 가 없었다. 결국 어느순간 내가 집에 있어도 편하지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당신은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깔끔하고 혼자 사는 집 (비싼 집)

당신은 살고있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좋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깔끔한 신축아파트 원베드 아파트, 집 앞에 있는 수영장은 언제든 이용 할 수 있고, 1층에 주민들을 위한 헬스장도 있다. 단 하나의 단점은 역시 가격이다. 당신은 이제 한달 생활비의 약 60-70%를 렌트비로 사용하게됐다. 남은 생활비로 기본적인 생필품 및 그로서리 구입을 하고 나면 남은것은 크게 없다.

드디어 그 바퀴들과 불편한 룸메들로부터 벗어났단 생각에 너무 행복하다. 그러나 강제적인 긴축재정으로 인한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친구들과의 외식은 최대한 줄일수 있는 만큼 줄이고, 장을 볼 때도 최대한 값싼 곳에서 보고,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되었다.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구한 집이 어느 순간 나에게 더 많은 제약을 거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글을 다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 어디서 살라는거냐?’

이 질문은 나에게 할 질문이 아니다. 내가 살 집을 골라야 하는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이다. 본인이 어떤 부분을 제일 잘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결정해봤으면 좋겠어서 일부러 좀 극단적인 상황들로만 구성해봤다. 이 모든 극단적인 상황이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그런 가혹한 일은 흔치 않겠지만 한 두개의 상황 정도는 아마도 미국사는 대부분의 유학생이 겪어봤을 일들일 것이다. 이 포스팅이 새롭게 미국에 오게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