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교통사고로 마무리했다. 깔끔하게 전손처리가 나고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사고 후 빌렸던 렌트카를 일주일 후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보험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갖고있던 State Farm 보험사는 그랬다. 그러나 일주일은 새 차량을 구입하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평소 물건을 사는데 그닥 신중하지 않은 나에게도 이런 큰 소비는 매우 조심스럽고, 한쥐는 양파 하나를 사도 파운드별 금액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의 차량 구매는 더욱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차 없이 지낼 수 밖에 없는 기간을 얼추 염두해두고 준비를 했다.

냉장고 채우기

이전의 ‘미국에서 차없이 살 수 있는가’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차가 없을 때 제일 불편한게 바로 장보기이다. 우리같은 경우에 학교 안 기숙사에 살고있어서 출퇴근은 걸어서 할 수 있어서 편하지만 주된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 과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지도앱을 통해 검색해보니 걸어서 대략 1시간 (놀랍게도 이게 집에서 제일 가까운 상점지구다) 정도 걸린다고 하니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래서 렌트카 반납 전, 우린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것 위주로 구매를 많이 했고 식재료도 얼려서 장기 보관이 가능한 것들로 냉장고를 가득가득 채웠다.  

새로운 차 구경다니기

가위가 없어서 가위를 샀는데 그 가위를 쓰기 위해선 가위가 필요함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다. 이게 새로운 차량구매를 가장 화딱지나게하는 부분인 것 같다. 자동차 딜러샵들은 우리동네에서 한곳에 주로 몰려있다. 그리고 그 곳은 차 없으면 가기 어렵다…. 차를 구매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가 있는 동안 근처 동네에 딜러쉽들을 방문해서 차량 시승도 해보고 말도안되는 가격을 제시해보면서 딜러들의 의중을 떠보기도했다. 여러군데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차량들을 타다보니 우리가 원하는 차종과 연식 그리고 대략적인 시세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뚜벅이 생활

뚜벅이 생활은 생각보다 별게 없었다. 만약 저녁메뉴 구상하다가 양파가 없다면 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마트에 가서 구매를 하고오면 됐다. 걷는걸 싫어하는 편도아니고 편도 20분이면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마트 한 곳만 갈 수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있을만한 건 다 있으니 괜찮았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버스가 있다. 그러나 평일에는 저녁시간때 퇴근을 하니 버스를 타고 마트 한번 다녀오면 밤이 될테니 주말에 버스를 한번 이용해서 근처 상점들 모여있는 곳을 다녀와보기로 했다.

주말에는 한 노선을 버스 한 대 혹은 두 대가 돈다. 한 노선을 버스 한 대가 돈다는 말은 만약 오늘 당신이 갈 때 올 때 버스를 두 번 탄다면 같은 버스기사를 두번 본다는 뜻이다. 당연히 배차간격은 말이 안되게 길 테고 주말에는 더 일찍 차가 끊긴다.

버스는 정말 내 생각보다 더 놀라웠다. 한국에 살던 시절 1호선이 내 주된 호선이었던걸 생각해보면 나도 대중교통 빌런들을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다른 세계였다. 버스안에는 굉장히 많은 노숙자들이 자기의 온갖짐들을 다 갖고 (그들에겐 집 자체를 들고다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버스에 탄다. 내 눈엔 쓰레기를 들고타는것 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의 저상버스처럼 버스가 낮았고, 한국처럼 의자가 버스 앞쪽을 보는게 아닌 지하철 처럼 서로를 마주보는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탔을 때 그 양쪽에 앉아계시던 분들의 위압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요상한 악취와 함께 15분정도 이동을 했고 우리가 목적지로 삼았던 마트에 왔다. 하필 우리의 목적지가 회차장소와 가까워서 앱으로 실시간 버스위치를 확인하면서 신속하게 장을 봤다. 그 후 내렸던 버스 그대로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평일엔 학생들이 많이타서 괜찮은데 주말엔 좀 노숙자들이 많이타서 무섭다고 했다.

버스 전경, 뭔가 다이소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차량을 다시 구입한 상태이다. 어떻게 구입하게 됐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업데이트를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