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유학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굉장히 설레면서도 긴장되고 걱정되는 마음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25년 이상을 살던 나라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스템과 환경에 적응해야 할 생각을 하니,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긴장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제일 걱정해 하고 우리모두가 유학전에 반드시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그것 ‘자동차’ 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내 배경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수도권 지역에서 10대를 보냈고, 대학은 서울로 갔기 때문에 기숙사도 살아봤고, 통학도 해봤고, 전역 후엔 자취도 해봤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거주형태는 다 해봤다고 할 수 있다. 운전 면허는 고3 수능이 끝난 겨울에 바로 취득했지만 대학시절 운전을 했던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도 않고 그나마도 군대전역 후 이다.
주위 친구들 중에선 부모님이 사주셨거나, 부모님의 차를 빌려쓰거나, 정말 극 소수지만 본인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 차를 사서 운전하고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부모님이 금방 이민을 가셔서 부모님의 차를 쓸 수도, 차량 구매비용 이나 유지 보수 비용을 감당 할 수 없어서 차를 안 탄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내가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대중교통이 활발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원하는 곳에 언제든 (너무 심야시간 제외) 크지않은 비용으로 갈 수 있었다. 나의 일상생활 (친구와의 약속, 특정 지역 방문 등등) 에서 그 지역의 위치가 문제가 됐던 점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게대가 서울의 특성상,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이미 많은 편의시설들이 있었기에 그 불편함은 더 적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과연 어떨까? 현재 내가 있는 지역은 플로리다 게인즈빌이라는 작은 컬리지 타운이다. 이 지역은 거주민의 절반정도가 University of Florida 관련 종사자일 만큼 학교 중심의 지역이고, 많은 학생들이 떠나는 여름학기에는 굉장히 지역자체가 한산해진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사는 지역이 미국내에 흔하게 있는 시골지역 (도시가 아닌 곳) 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미국 살던 이모네집 방문이라던지, 지금 가족들이 살고있는 다른 유명한 도시들도 많이 놀러가보면 항상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차 없이는 어디 가는 게 많이 불편하다’ 라는 점이다. (물론 맨해튼은 제외다, 거기는 차가 있는게 불편하다)

미국에서 차가 없으면 불편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 땅이 넓어서 주요 가게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 대중교통이 잘 발달 되어있지 않다. (지하철은 일부 도시에만 주로있고 나머지는 보통 버스가 있지만 그나마도 배차간격이 너무 길고 불규칙 하거나, 노숙자 등 치안의 문제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만약 차가 없다면 거주지를 구할때에도 학교 근처로 위치가 제한될 수 밖에 없거나, 가격이 비싼곳 혹은 노후한 아파트로 정해야 하는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 할 수 있다. 게다가 식료품 장을 볼때도, 차가 있는 친구 혹은 주변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한 두군데의 가게에서만 장을 봐야 한다. 물론 우버를 사용하거나, 인스타카트 등 온라인 그로서리등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에게 서비스를 부탁(or 구매)를 해야한다는 점에선 같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했지, 아예 살수가 없다고 생각 하진 않는다. 박사과정 내내 차 없이 지내면서 경제적으로 좀 안정되게 지낸 사람도 굉장히 많다. 난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차가 없음에서 나오는 불편함’ vs ‘ 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 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결국엔 돈이다. 차 구매비용은 물론 그로인해 발생하는 차 보험료, 기름값, 가끔 가다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수리비용 등등, 유학생 입장에선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안다. 실제로 차를 갖고있는 유학생 중 대부분은 차 구매비용을 부모님에게 받거나, 혹은 유지비용도 일부분 부모님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중고차를 처음에 구매해 주셨다.
자 그러니 “여러분 잘 생각해 보시면서 차 없으면서 사는 불편함과 차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중에 뭐가 더 나에게 크게 와 닿는지 고민해보세요~” 라는 뻔한말로 포스팅을 마무리 하려는건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차에 대한 몇 가지 내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 가족이 있으면 차는 ‘필수’다
유학생 중에 결혼을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고, 자녀까지 같이 유학나오신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한 가정당 최소 한대의 차량은 필요하다. 아무래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으면 보통의 유학생들 보단 평균적으로 나이가 좀 더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차 구매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능력의 차이 말고도 가족이 있으면, 아이가 급하게 아픈경우, 가족여행, 아이의 학교 및 액티비티 라이드 등의 이유로 차는 반드시 필수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결혼한 부부가 차가 없는 경우는 아직까진 못 봤다.
- 차가 없는 연애는 슬프다
같은 과 후배가 연애를 시작 했다고 나한테 말했었다. 그 친구는 차가 없이 생활 하고 있었기에 난 자연스레 “차 살때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라고 했고 그 후배는 “안 그래도 조만간 사려고 했는데!” 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난 놀랍지 않았다. 이 곳에서 차 없는 연애는 얼마나 불편할지 예상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난 안해봤다) 연애라면 자고로 맛있는 곳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이쁜 곳 가서 이쁜 곳 보고, 재밌는 곳 가서 즐겁게 놀아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걸어서는 근처에 갈 수있는 가게라곤 두 손에 꼽을 수 있는 이 곳에서 새로운 데이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방법은 차가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 당연히 서로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오렌지 치킨만 매번 먹어도 서로만 있으면 배부르고 행복한 게 연애일 수 있지만, 그런 커플은 정말 보기 힘든 것 같다. (본인이 그런커플이거나 그런 이쁜 커플을 본 적이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길 바란다.) 내 주변의 경우만 한정하면, 차가 없는 두 남녀의 연애는 오래가지 못하거나, 한쪽의 차량 구매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전부였다.
-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유지비가 필요하다
차량 유지비용을 생각해보자. 많이 떠오른는 것들은 보험료, 주유비, 그리고 빈도 수의 차이는 있지만 유지보수 비용 등이 있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다. ‘지금 차가 없는 상태에서 매달 평균 $XXX 금액이 남으니 차를 사도 유지할 수 있겠군’ 그런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보통 차를 구매하면 내 삶에 차만 들어오는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방식이 바뀌게된다. 평소엔 주말에 집에서 책보거나 운동하거나 쉬던 삶에서, 근교 여행 혹은 드라이브를 가게되고, 평소라면 간단하게 보던 장도 차가 있으니 더 많이 사게된다. 이렇듯 삶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염두해 두고 차량구매를 결정해봐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차의 유지비는 크다.
이상 내가 생각하는 차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결론을 내보자면, 경제적으로 여유가된다면 차를 왠만하면 구매하는걸 추천한다. 감가가 많이 된 중고차를 사는것도 아주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