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랩 최고참 대학원생 잭슨의 박사학위 디펜스가 있었다. 나름 학과내의 인싸고 소셜도 열심히 한 녀석이라 디펜스 장소는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왔다. 심지어 줌으로 잭슨의 가족들도 참여해서 응원과 축하의 마음을 보내줬다.
잭슨이 우리 실험실에 들어온건 2021년 1월, 내가 이 실험실에 들어온건 2021년 5월이다. 대략 한학기 차이나는 선배다. 무려 4년넘게 거의 매일같이 보던 친구가 멋있게 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면서 다음엔 내 차례라는 사실이 긴장되기도 하는 여러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한쥐에게 몇번 했던 말이 있다.
‘잭슨 같은 대학원생이 있다면 교수 생활 할 만 하겠다.’
옆에서 지켜본 내가 봐도 이 친구는 정말 성실하고 창의적이다. 우리 랩은 아직 교수님이 조교수님이라 (내가 세번째 박사생) 이것 저것 새로운 시도를 하는게 많다. 그럴 때마다 잭슨은 기꺼이 나서서 새로운 기술 혹은 장비를 배우고 그걸 활용해서 본인의 연구를 더욱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예전엔 저렇게 활발한 잭슨을 보며 ‘너무 오바하는건 아닌가?’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었다. 이제 나도 슬슬 졸업할때쯤 되어가니, 장비하나 더 다룰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인지를 깨닫고 잭슨이 정말 현명했단 것을 느끼고있다.
클로즈 세션에서 잭슨과 교수님들의 치열한 공격과 수비가 이뤄지는 와중에 우린 소소하게 잭슨의 자리 좀 꾸며주고 있었다. 약 1시간 정도의 디펜스 후 교수님과 함께 돌아온 잭슨은 이제 닥터로 불리게 되었다. 교수님이 준비해주신 케잌과 샴페인도 같이 마시면서 소소하게나마 회포를 조금 풀었다.

잭슨은 디펜스 이후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마 여행 후에도, 취직준비로 바쁘게 보내면서 실험을 마무리 하고 후배에게 넘겨줄 준비를 할 것 같다. 맞다, 이젠 빼도박도 못하게 내가 실험실 최고선배가 되었다. 그 동안 든든한 선배가 위에 있어서 의지할데도 있고 편하기도 했는데 이젠 나도 좀 더 책임감 있게 랩 생활을 해야한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크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