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주 정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기분 좋은 일도 있었지만 운명의 신이 황금 밸런스를 맞춰주기 위해 기가막히게 다시 안좋은 일도 주셨다.
지난 1년간 하던 연구가 드디어 저널에 억셉되었다. 리뷰어의 코멘트를 처음 읽었을 때 한 리뷰어의 코멘트를 어떻게 답변서를 준비해야할지 막막했었다. 내가 예상했던 현재 내 연구의 한계점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고 추후에 연구해 볼 생각을 갖고있던 것에 대해서 날카로운 코멘트도 있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방어할까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서 교수님께 상의를 드렸다.
나: 교수님 이번에 리뷰어에게 ‘~~~~~’한 코멘트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한 실험을 기획해서 그 내용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 코멘트에 대해선 ‘$$$$$$’를 구매하고 추가실험을 해봐서 그 결과를 답변에 넣어보려고 합니다.
교수님: 아이디어는 좋아. 근데 다시 한번 너의 페이퍼를 훑어보면서 너가 추가할 내용들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헤치진 않는지 꼭 확인해봐봐. 만약 전체의 스토리라인을 헤치고 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흐릿해진다면 그 리뷰어의 코멘트를 무조건 다 수용할 필요는 없어.
새로운 시야가 트인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는 리뷰어의 코멘트가 ‘어명’ 인 것 처럼 어떻게든 그들의 요구사항을 맞춰나갈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리뷰어’ 고 나에게 ‘코멘트’를 남긴 것이다. ‘오더’를 내린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리뷰어의 코멘트를 읽고 내 논문을 읽어보았다. 리뷰어의 코멘트 중 일부는 지금 현재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오히려 흐릿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서 반대로 리뷰어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갔다. 물론 아주 공-손 하게 말이다.
다행히 우리의 설득 작전은 잘 성공했고 무사히 억셉되었다.

기분좋게 페이퍼가 억셉되고 한쥐와 삼겹살 파티를 하러 갔다. 동네 K-비비큐를 판매하는 곳인데 외식을 자주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고기질이 좋고 무한리필이라서 종종 가는 가게다. 맛있게 고기도 먹고 한쥐의 축하도 받았다. 그 주 주말에는 올랜도에 가서 쇼핑도 하고 새로 추천받은 맛집에 가서 냉면도 먹었다. 내가 너무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그 주 주말부터 몸이 안좋기 시작했다. 급기야 밤에는 꽤나 심한 오한이 오고 열도 있어서 결국 아침까지 버티다가 응급실에 갔다. 난생 처음 가보는 미국 응급실은 듣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응급실에 대해서 얘기해 보는 포스팅을 써보도록 하겠다. 결국 이번주 내내 응급실에서 처방해준 약 먹고 회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그렇지만 꼭 아프고 나서야 건강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시샘하듯이 안좋을 일이 찾아 오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