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없이 들어간 펫 스마트 Adoption fair. 그 곳에서 내 마음을 한눈에 훔쳐간 녀석이 있었다.
난 한쥐에게 이 녀석으로 하자고 얘기했다. 난 하얀 털이 맘에들어서 한쥐에게 강력히 이 친구 입양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 친구는 한쥐에게 치명적 결격사유가 두가지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고양이를 찾기란 정말 어려웠다. 결국 만장일치가 아니면 입양할 수 없다는 최초의 원칙에 의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가게 안의 다른 고양이들을 둘러보던 중, 한쥐가 어떤 고양이를 내게 가르켰다.
그 녀석의 이름은 Bandit, 중성화 수술이 되어있는 수컷 고등어 냥이었다. 스트릿출신으로 어미와 함께 같이 구조되었고 여러 형제들과 함께 새로운 집사를 찾고있었다. 나이는 8주에서 12주 추정 정도였다.
케이지 안에서 힘없이 축 처져있는 모습이 한쥐에 눈에 확 띄었다고 한다. 우리의 조건 ‘핑크 코‘ 도 만족하는 고양이였고, 한쥐가 힘없이 불쌍해 보인다고, 안쓰러워서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집에 데리고 온지 이틀만에 깨달았다. 저 녀석 그 당시엔 그냥 피곤했던 것이다.)
저 공허한 눈빛을 봐라. 물론 대부분의 adoption fair 에 있는 고양이가 좀 피곤해보이고 기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더 무기력해보였다. 혹시나 아픈곳이 있지는 않을까 두번 세번 확인했지만 담당 봉사자가 수의사 문진기록도 다 보여줄 수 있고 애초에 아픈 고양이는 입양을 보내지 않는다는 말에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나는 한쥐에게 좀 더 생각해보자 말했고, 다른 고양이도 봤지만 이상하게 저 ‘반딧’이란 녀석이 계속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결국 우린 저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고 여러가지 서류 작업 및 필요한 초기물품 (화장실, 사료, 모래등등)을 구입하였다. 항상 망설이던 한쥐에게 지금 구름이 입양 결정에 대해 물어보니 “그냥 쟤를 입양 해야 될 것 같은 느낌? 지금 아니면 안되는 느낌?이 들었어” 라고 한다.
내가 사는 플로리다 주 알라추아 카운티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내장 칩을 삽입하게 하고 그 정보를 인터넷 과 카운티 에 등록하게 한다. 저 위에 FetchID 웹사이트에 고양이의 정보를 입력하고 칩 정보를 등록한다. 그 후 Animal service 해주는 곳에 가서 고양이를 등록한다.
모든 서류작업을 마치고, 필요한 필수 물품들을 구입 후 고양이를 우리집으로 데리고 왔다. 처음엔 낯설어할 것을 예상해서 필요한 것들을 세팅(밥, 물, 화장실)하고 좀 적응 할 수 있게 기다려줬다.
데려는 왔는데 부르기가 어렵다. 보호소에서 불리던 이름 반딧은 뭔가 입에 착 감기지가 않았다. 새로운 이름을 짓기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변 고양이들의 이름들을 찾아봤다. 누나의 고양이들은 모두 보호소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썼다. 그치만 반딧은 너무 부르기 어려웠다. 그리고 난 영어이름에는 왠지 정이 안갔다. 다른집 고양이는 울때 ‘꾸릉’ 소리를 낸다고 해서 ‘꾸릉이’였다. 이 녀석은 이 당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지금 소리나는 대로 이름을 지었다면 아마 ‘으→우왕↑이’ 가 됐을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짓기위해 켄넬에서 나오지도 않는 고양이를 향해 온갖 이름을 부르면서 입에 붙는지 테스트 해봤다. ‘챙이’ ‘크림이’ ‘등이(고등어에서 착안)’ ‘나비’ ‘점박이’ ‘신이’ ‘짱이’ ‘먼지’ ‘얼룩이’ ‘덜룩이’ 등등 뭘 불러도 입에 붙지를 않았다. 그러던 와중 켄넬 안에서 야무지게 그루밍을 하던 모습을 보고, ‘그루밍 되게 열심히 하네’ -> ‘그루밍?’ -> ‘구름이?’ -> ‘구름이!’ 의 과정을 거쳐서 이름이 지어졌다.
다음은 구름이가 우리집에 처음 온 날, 완전 어릴때 그리고 뽀시래기 시절 사진을 좀 올리겠다. (맞다, 자랑이다)
이렇게 평온하게 구름이와 우리는 꽃길 (츄르길) 만 걸을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이 녀석이 다리를 절뚝이기 전까지…
다음화에 계속….
P.S. 이 포스팅 적고있는 날 보는 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