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요약]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받힌 후 본인을 희생해 2사람 1고양이를 지켜낸 우리의 비기. (차 이름) 10살을 바라보는 나이와 드라이빙이 취미인 주인들을 만나 가속감가를 당해버려서인지 전손처리가 되었다. 나와 한쥐는 결국 새로운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어떤 차를 살까?
전에 몰던 차량은 세단이었다. 급으로 따지자면 아반떼, k3 라인의 준중형 세단이다. 경제적으로만 생각하자면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 안에서 차량을 구입하는게 맞다. 그러나 그렇게 구입하려면 우리가 그 동안 타던 차량보다 더 오래되고 마일수가 더 나가는 걸 탈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추후 설명)
한쥐와 나는 그렇다면 이왕 사는김에 이번엔 SUV를 몰아보는게 어떨까 생각했다. 그동안 작은 세단을 몰면서 연비도 좋았고 운전하기에도 편했지만 큰 물건을 이케아에서 구입할때나 많은 짐을 실을 때 좀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SUV로 구매하기로 했다. 크기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크기로 준중형 (투싼, 스포티지 급) 급으로 사기로 결정하고 물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까?
막상 차를 사려고 하니 막막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우린 가장 먼저 큰 질문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얼마 정도의 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4개로 나눠봤다.
- 새 차를 캐쉬로 구매
- 새 차를 대출을 받아 구매
- 중고차를 캐쉬로 구매
- 중고차를 대출을 받아 구매
새 차를 캐쉬로 구매하는건 (1번 옵션) 은 당연하게도 돈이 없어서 실패. 중고차를 대출을 받아사면 새차를 살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율을 지급해야하므로 4번 옵션도 패스했다.
남은 옵션은 2번과 3번이다. 내가 지금 영주권자 신분이기에 론을 받을 수 있고 신용점수도 나름 준수해서 대출을 받을 수 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출을 받는 선택은 하지않고 3번으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차량구매의 들어가는 빚은 나쁜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봐서 나쁜 빚이라는 것이지 론을 껴서 차량구매하는 것이 나쁜 선택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린 아직 젊고 자산관리 초입부근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해서 받고싶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감가가 되는 자산에 빚을 져서 구입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음의 현금흐름이 나올만한 여유가 없었다. 둘 다 생활비를 받고있어서 다른 대학원생의 비해 재정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그렇다 한들 한달에 몇백 달러 정도의 꾸준한 여유 현금흐름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결국 3번 ‘중고차를 캐쉬로 구매’ 로 결정했고, 우리는 예산 설정 후 차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살까?
중고차 구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 딜러쉽에서 구매
- 개인간 거래
딜러쉽 구매
먼저 딜러쉽에서 구매하는 걸 고려해봤다. 우리는 Kelley Blue Book 이라는 사이트를 사용했다. 내가 원하는 차종과 연식, 마일수를 입력하면 그 조건에 맞는 차량을 판매하고있는 딜러쉽을 찾아준다. 현 거주지 근방 몇 마일로 내가 설정할 수 있어서 근거리 지역부터 멀리 있는 지역까지 알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대충 가격을 알아본 후 이제 차량 시승을 하러 가봤다. 딜러쉽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내 사이즈를 재보려는 딜러들의 질문들과 밀당하면서 차량을 시승을 하고 나면 이제 가격얘기를 하게된다. 본격적인 가격얘기는 보통 안에 들어가서 하게된다. 나는 시작부터 올 캐쉬로 구매하겠다고 말했으니 상관없는데 만약 대출을 한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다짜고짜 소셜시큐리티 넘버를 달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그 때 바로 알려주면 안된다. 소셜 시큐리티 넘버를 바로 알려주게 되면 그 자리에서 신용조회를 하고 만약 구매를 안하게 될 시 이는 신용점수의 악영향을 미치게된다. 신용조회는 가격에 대한 협상을 다 마친 후 제일 최종적으로 하는게 좋다.
아무튼 가격 얘기를 할 때 꼭 선제적으로 말해야하는게 있는데 바로 OTD (Out the door) price 로만 얘기해야한다. 다음은 나와 기아 게인즈빌 딜러와의 대화의 일부분이다. 조금의 각색이 있을 수 있다.
나: ㅇㅋ 차 맘에든다. (스포티지 시승 후) 이거 얼마야?
딜러: 오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나: (아..그러긴 귀찮은데..일단 들어나보자) 그래 들어가자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 딜러가 종이 한장을 들고온다)
딜러: 자 이게 가격이야. Listing price (이게 우리가 인터넷에서 확인한 비용) 는 이거고 그밖에 도큐멘테이션 피, 타이틀 피, 레지스트레이션 피, 너가 지금 마신 핫초코 피, 택스 등등 다 해서 listing price + $8000 이 최종가격이야.
나: (우리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아..그렇구나…근데 어쩌지? 우린 리스팅 프라이스가 OTD 인줄 알고왔어. 이 가격에는 못사. 일어날게 ㅃㅇ
딜러: 잠깐 기다려, 얘기 좀만 더 해보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을거야. listing + $4000정도는 어때?
나: 흠 그것도 안돼 너무 비싸
딜러: 잠깐 기다려봐 (잠시 매니저와 얘기하고 온 후) 지금 당장 사면 너네 말대로 listing price에 해줄게
나: ?!
좀 더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해당 차량은 스포티지 2023, 18,000 마일 탄 차량이었고, listing price는 $26,000 이었다. 사실 $26,000은 우리의 예산 초과 금액이었는데 그냥 스포티지가 한번 타보고 싶어서 갔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listing price에 해준다고 하니 내가 오히려 당황했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listing price 혹은 msrp랑 OTD 랑 같게 구매하면 중간 이상정도의 딜을 봤다고 말한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구매를 하지 않았다. 사실 마음이 혹했던 건 맞다. 그런데 이게 차량 구매의 어려운 점인 것 같다.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광어랑 우럭회 살때의 기분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에 사도 찝찝하다. 잘 모르니 얼마에 구매를 해도 비싸게 바가지 쓴거 같기도하고, 질 낮은 고기를 산 것 같기도 한 그 찝찝한 기분을 그 기아딜러쉽에서 난 느꼈다.
‘엥? 이렇게 쉽게 딜이 된다고? 뭐지? 이럴리가 없는데?’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왔다. 그 이후에도 그 딜러는 나한테 메일, 문자 각종 방법을 통해서 (난 메일주소를 가르쳐준적이 없는데…) 연락을 해왔다. 그들의 말은 이 차량이 그들에겐 약간 악성 재고같은 느낌이어서 빨리 좀 처리하고싶어서 그렇다고 했다. 괜히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천불이라도 깎아보고자 한번 더 팅겼다.
나: $23,000에 해주면 살게. 이게 내 파이널 오퍼고 이대로 해주면 지금 당장 가고 안 해줄거면 그냥 이 메일 무시해도 돼
이러면 한 $24,000~$25,000정도에서 합의가 되거나 아니면 무시당할 줄 알았다. 그러나 딜러에게서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딜러: 너 그 가격에 어딜가도 못사. 정신차리고 예산 좀 높혀. 딴데 아무리 가도 그가격은 말도안돼 내가 처음에 말한 가격도 진짜 저렴한거고…..~~~~
…그렇다. 난 혼났다.
그 후로도 우린 계속 투싼, 라브포등 다양한 차를 타봤고 그때마다 OTD를 listing price로 해달라고 딜을 했고, 그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훈계를 들었다. 우리가 받은 차량 보상금으로 더 안좋은 차량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 차값은 인터넷에 나와있는 다른 비슷한 연식, 마일수의 차량과 비슷한 가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 가격은 listing price였고, 내가 탔던 차량과 비슷한 조건의 차량을 구매하려면 거기에 몇천불을 더 했어야했다. 그래서 어차피 몇천불 더 할 거 SUV로 가자고 한 것이었다.
개인간 거래
딜러들의 극악무도한 딜러쉽피와 도큐멘테이션 피에 지친 우리는 개인간의 거래를 알아보려고 했다. 우리가 찾은 방법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차가 올라와 있었고 이들과 살때는 OTD로만 얘기할 수 있어서 딜러에서 살때보다 더 저렴했다.
그러던 와중 우리가 보기에 괜찮은 도요타 라브4를 찾았고 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해봤다. 판매자는 자기가 직접 차량 정비하는 일을 해서 중고차를 몇 개 판매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 사람의 프로필을 보면 도합 4-5대 정도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이 굉장히 괜찮아서 탬파로 내일 당장이라도 가보려고 계획을 짜보고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싸지?’ 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VIN넘버를 받고 carfax 에서 조회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 침수차였다. 작년에 플로리다에 역대급 큰 허리케인 두 개가 연달아와서 탬파쪽이 물난리가 났다고 했는데 그때 침수됐던 차량이었다. 타이틀의 flooding 기록이 있었다. 페이스북 메세지로 이 차 침수차 아니냐고 따졌더니
‘ㅇㅇ맞음. 근데 내가 고침, 괜찮음 이제’
나중에 내가 고쳐줄테니 너도 물속에서 이틀만 있어볼래 라고 말하고싶은 걸 참고 그냥 대화를 종료했다.
이렇게 개인간 거래에서 문제는 바로 이 차가 멀쩡한 것인가 라는 것이다. 딜러쉽에선 그나마 어느정도 워런티를 제공해줘서 차량 퀄리티가 어느정도 보장이 되어있는데 개인간 거래는 그런게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그게 개인간 중고차 거래시 가장 큰 단점이다.
그래서 뭐 샀는데?
딜러쉽도 비싸서 싫고, 개인한테 사는 건 못 믿겠고…정말 골치아팠다. 그래서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아빠! 아빠 차 나한테 팔래?”
맞다. 그냥 아빠차 샀다ㅋ (시세보다 약~간 싼가격에ㅎ)
아빠차는 2019년식 도요타 라브4였고 이제 ‘라붕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나와 한쥐의 이동을 책임져 주고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