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플로리다 탈라하시 (대략 2,500 마일, 4,000km, 1회)

플로리다 게인즈빌 -> 뉴욕 맨하탄 (대략 1,000마일, 1,600km, 왕복 1회)

플로리다 게인즈빌 -> 텍사스 휴스턴 (대략 900마일, 1,440km, 왕복 2회)

플로리다 게인즈빌 -> 마이애미 or 아틀란타 (대략 350마일, 560km, 수십 회 왕복)

2021.05 – 2024.05, 3년간 총 마일리지 60,000마일, 96,000km (서울 부터 부산까지 400km정도니까 240번, 삼천리 국토 대장정을 80번 할 수 있는 거리)

대학원생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트럭킹 학위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많이 다닌 것 같다. 

나는 운전하기를 좋아한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다면서 도로에 집중하다보면 머리속에 잡념도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그리 멀리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지도상으로 볼때 유의미한 위치 변화가 생기는게 재밌다. 먼 거리를 이동 후 도착한 곳에서 날 반기는 새로운 풍경이 설렌다. 그래서 한국에선 거의 잘 하지 않았던 (못했던) 운전을 미국에 오고 난 이후로 즐기고 있다. 오늘은 미국 도로를 운전하면서 느끼고 새롭게 배운 여러가지 것들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미국에 처음 넘어와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포스팅은 미국 시골 컬리지 타운에 살고있는 일개 대학원생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므로 미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전부 다 반영하지는 않는 다고 생각한다.)

사람먼저

미국에서 운전할 때 다른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보행자에게 양보를 굉장히 잘 해준다. 사람이 횡단보도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도 멈춰서 기다려주고, 심지어 아직 횡단보도 입구도 밟지 않았는데 멈춰주기도 한다. 내가 보행자 입장일 땐 오히려 미안해서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널때가 많다.

남부 시골사람들이라 인심이 좋은건지, 혹은 차량보다 보행자가 많아서 보행자들을 배려해주는 건지 (소수자 우대)는 잘 모르겠지만 먼저 가라고 양보해주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보행자의 모습을 봤을 땐 참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독특한 차들

한국 도로에선 ‘다양성’ 이란걸 쉽게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비슷비슷한 차종와 연식, 비슷비슷한 색깔 등등 눈에 띄지 않고싶어하는 한국인들의 성향이 차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차 색깔도 흰색이다ㅎ) 하지만 이곳, 다양성의 나라답게 도로에 달리는 차들도 정말 신기한 차들이 많다. 세 가지 유형으로 한번 정리해 보겠다.

‘굴러만 가면 된다’ 유형

차는 굴러만 가면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진 운전자들의 유형이다. ‘차가 박살이 나서 앞범퍼 뒷범퍼가 다 날라가도 굴러는 가니 괜찮다.’ ‘창문이 다 깨졌지만 대충 비닐 덧대고 테이프로 고정하면 바람 안들어오니 괜찮다.’ ‘사이드미러 하나가 깨졌지만 난 앞으로 달리지 뒤로 달리지 않으니 괜찮다’ ‘트렁크가 찌그러져서 닫히지 않지만 대충 노끈으로 묶으면 다닐 수 있으니 괜찮다.’ 등등 존경스러울 정도의 차량 상태를 유지한 채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왠지 달리다가 부품 한두개가 더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돈이 없어서 차량을 못 고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차량의 부품을 구하는게 너무 오래걸려서 그냥 포기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역시 모든게 느린 미국…) 그러니 너무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치말고 그냥 슬그머니 피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나를 바라봐’ 유형

차량을 개성있게 튜닝한 유형이다. 개성있다는 정도가 마치 이 도로를 본인의 차량 전시회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수준이라서 도저히 눈이 가질 않고는 못배기는 차량들이다. 가장 많이 유명한건 쇼바를 지나치게 높여서 거진 아파트 2층 높이에서 운전을 하는 느낌을 받을 것 같은 하늘 자동차 타입, 화려한 색깔로 랩핑을 하여서 눈이 부실정도의 블링블링 자동차 타입, 타이어를 안쪽으로 휘게해서 다니는 ‘안짱다리’ 자동차 타입 등등, 볼때마다 내가 미국에 있다는 걸 새삼 재확인 시켜주는 차들이다.

‘같이 듣자 이 음악’ 유형

이들은 본인이 지금 듣고있는 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혼자 듣기엔 아깝다고 생각하는지, 창문을 다 열고 무료로 본인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위사람들에게 공유해준다. 소방차 혹은 구급차보다 더 멀리서도 본인의 존재감을 뿜으면서 도로를 질주하고 종종 위의 ‘나를 바라봐’ 유형과 합쳐져서 ‘닥치고 이 노래 들으면서 나만 바라봐’ 유형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이 유형은 스피커 조차 튜닝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 ‘소리는 파동’ 이라는 물리학적 지식을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교보재로 사용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유형 근처에 오래 있게 된다면 청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되도록 이들과 멀리 있는 걸 추천한다.

 

과속과 음주운전 단속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어들이다. 미국의 교통 벌금이 어느정도인지는 한국에 있는 사람도 많이 들어서 잘 알 것이다. 과속 같은 경우는 얼마나 속도를 냈는지와 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최소 $100 이고 $200 에서 $30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음주운전 같은 경우는 처벌수위가 굉장히 세고, 비미국인 같은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심하면 추방까지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고속도로엔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고, 도로를 경찰들이 막고 음주단속을 하는 일도 없다. (대도시엔 있다고도 하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엔 한번도 본 적 없다) 즉, 내가 과속을 100번을 해도 경찰한테 걸리지만 않으면 아무일도 없고, 어쩌다 한번 과속을 해도 경찰에 걸려서 막대한 벌금을 낼 수도 있다. 음주운전같은 경우에도, ‘난 이정도 마시고는 아무런 문제없이 운전 할 수 있어!’ 라고 한다면 실제로 아무일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도덕적인 관념을 떠나서 나 말고 다른 죄없는 사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 이런것들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안걸리면 장땡! 이지만 걸리면?…문제가 좀 커질 수 있으니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길 바란다. 

피해야 할 차?(과학 5호기?)

한국에선 과학 5호기라고 불리는 차가 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용되는 밈인데 흔히 도로에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은 다 이 차를 타더라 해서 과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도로에서도 날 놀라게 했거나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를 보면 비슷비슷한 차량인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나 이건 정말 내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의견이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사람은 우연히 이상한 차를 많이 만나봤구나’ 하고 넘어가길 바란다.

미국에서도 위상이 높은 BMW 운전자

– 포드 머스탱

포드에서 생산하고있는 머슬카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멋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차를 운전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내 사이드미러나 리어뷰미러(백미러) 에 저 말이 등장하면 긴장하게 되면서 최-대한 저 말로부터 멀리 벗어나려 한다. 차 자체는 정말 훌륭한 차이다. 엔진 출력도 좋고 승차감도 좋아서 그런지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차선 변경, 독보적인 속력, 강한 출력까지 빠지는게 없는 차다. 그러나 이 머스탱 운전자들의 가장 시그니처 스킬은 ‘손 뻗으면 물건 건네주기 조차 가능할 정도로 내 뒤에 바짝 붙어서 압박주기’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건 1차선(추월차선)이 아니라 2,3차선에서 그런다는 것이다. (난 1차선 정속러가 아니다) 이런 난폭한 운전자들이 많아서 운전중 갓길에서 경찰과 개인 면담을 하는 차량을 보면 머스탱인 경우가 매우 많다. 간혹 보면 경찰들도 잘 운전하고 다니는 머스탱도 한번씩 잡는 것 같다. (믿고 세워보는 머스탱?) 만약 여기에 차량 색상마저 빨주노초파남보 중 한가지 색이라면, 그야말로 경찰들의 애정을 독점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닷지 (dodge)

도로에서 흔히 보이는 닷지 챌린져

크라이슬러 산하 브랜드로 이 역시 머슬카이다. 닷지 차량은 위에 말한 ‘같이 듣자 이 음악’ 유형과 그 궤를 같이 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같이 듣자 내 엔진 배기음’ 유형이다. 주변을 실거리 사격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폭발적인 배기음을 어떻게든 주변에게 들려주고싶은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고 그들 절대 다수가 닷지 브랜드였다. (진짜 귀 터질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뽑자면 어쨋든 이들은 우리의 주변을 굉장히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진 않고 짧고 굵게 주고 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 도로에서 운전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던 몇몇 포인트들을 정리해봤다. 지극히 내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공감할 수도, 공감 못 할 수도 있다. 혹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추후에 ‘아 이게 그사람이 말하던 거구나’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여주길 바란다.